이 글을 보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상징 같은 문장이니 굳이 말하지.
내 이름은 사이키 쿠스오. 초능력자다.
그것도 하나뿐이 아니라 초능력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능력이라면 거의 다 사용할 수 있는 초능력자다. 대부분의 능력은 머리 위에 달린 헤어핀 형태의 억제기로 억누르고 있지만 그런데도 조절되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귀찮은 것을 꼽아보자면 반경 200m 내의 인간의 생각이 멋대로 흘러들어오는 텔레파시라고 할 수 있겠지. 내게 조용한 날이 찾아오는 때라고는 고작해야 게르마늄 반지를 끼거나 200m 내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뿐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극히 드무니 없다고 봐야 하는 게 맞겠지.
동물의 사고조차 읽을 수 있는 굉장한 능력이지만 통하지 않는 존재가 딱 세 가지 있다.
벌레와 머리에 텔레파시 캔슬러를 쓰고 있는 좋아지지 않은 가족 하나와 생각이 없는 바보다.
"오. 맞아. 내가 생각한 게 있는데 들어봐."
생각 없는 바보라고 하자마자 생각한 게 있다고 하지 마. 그래서 뭐지? 어차피 별거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난 파트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있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정보를 일부러 나열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다.
넨도의 머릿속을 읽을 수 없는 이유는 이 녀석이 생각이라는 것을 아예, 일절, 1초도 하지 않으니까 다. 생각한 걸 바로 내뱉어 버리니 읽을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 생각이라는 걸 해봤다는 것도 거짓일지 모르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대체 뭘 어쩌면 고리키 2호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가 이쪽으로 튈 수가 있는 거지.
참고로 내가 타인의 생각을 모른다는 건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한 이유'를 추론하는 건 부끄럽게도 부족한 편이다. 아니 그보다 이 바보의 생각을 추론하는 게 가능은 한 일일까. 이런 이런. 내게 불가능하다는 단어를 끄집어내다니, 역시 이 녀석은 무서운 놈이다.
"네가 사이키를 좋아하는 건 다들 아는 거잖아. 새삼스럽게."
"그래.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이랑 그렇게 매일 방과 후 라멘을 먹으러 갈 리가 있나."
나이스 어시스던트다. 카이도. 쿠보야스.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 사실을 나를 싫어해 내가 혼자인 걸 좋아하는 걸 알고 훼방을 놓을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 녀석이 그 녀석 정도의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그럴 리가 없으니 쿠보야스의 말이 타당하다.
"그런 게 아냐! 사귀고 싶다(付き合う)는 좋아다!"
"그러니까 언제나 같이 가고(付き合う) 있잖아."
"그니까 아니래도!"
잠깐. 나쁜 예감이 드는데. 일단 이 대화를 중단시켜야─
"섹(삐─)하고 싶어의 좋아라고!"
쓸데없는 공백이라 생각하지 말아 주길. 글로는 이 수 초간의 침묵을 표현할 방도가 달리 없었다. 오류라고 생각해 당황했다면 미안하군.
텔레파시의 범위는 반경 200m니 이 교실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럽지만, 교실 안은 그야말로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넨도가 아닌 사람이 이렇게 가득한데 정적이라니. 텔레파시의 소리에는 원근감 같은 건 없다만 지금은 바깥의 마음속 소리에 원근감이 느껴지고 있다. 신선한 경험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군.
곧이어 반 학생 대부분의 얼굴이 이토 X지의 캐릭터처럼 변모한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아. 아니. 전에 넨도의 러브레터(ㅋ)사건 때가 있었군. 넨도에게도 사람의 얼굴을 변화시키는 초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전혀 쓸모없지만.
비명에 고막이 다치는 걸 염려해 청각을 차단해놓은 걸 해제하니 역시나 시끄럽지만 조용하다. 풀어 말하자면 모두가 진심으로 경악하고 있어 마음의 소리든 육성이든 에에에에에에에!!!! 밖에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이러면 고막은 괴로워도 텔레파시 쪽은 조용하다 느껴진다. 이 정도로 절묘한 하모니는 앞으로도 평생 들을 일 없겠지. 음. 오늘은 의외로 많은 처음을 경험하는 날이다.
"오. 파트너.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고."
그만둬. 스무스하게 이 상황을 넘어가려던 내 노력을 헛되게 하지 마.
순식간에 시선이 몰렸다. 와. 얼굴들 엄청나.
(대답...... 대답!? 무슨 대답을 할 거냐 사이키!)
당연히 No다. 뭘 기대하는 거냐 쿠보야스.
(그야 차겠지만, 사이키와 넨도 전에 신문 기사도 났었고.......차겠지? 차는 거겠지?)
이런 이런, 그 신문 기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녀석도 있었나. 당연한 일을 의문형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넨도와 사이키가 사귀면 소, 소소소소손도 잡고 그러는 건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카이도.
(넨도랑 사이키.....? 외모가 좀 걸리지만 괜찮은 거 같기도.....)
네가 괜찮아도 내가 괜찮지 않아. 내가 아무리 테루하시 양 같은 미소녀도 투시 때문에 과학실의 해부인형처럼 보여 외모에 구애받는 일은 없다지만 넨도를 봐라. 이 순간에도 진지함은커녕 코딱지를 파고 있잖아. 저건 외모 이전에 구애받아야 하는 인종이지 않은가. 그보다 우리 반에 부녀자가 있었나. 이건 처음 안 사실이군. 부디 지금처럼 모르고 지내길 빈다. 내 텔레파시는 조절이 되는 녀석이 아니니까 말이지.
"그...... 뭐냐, 사이키. 대답은 해줘야 하지 않겠냐."
(친구의 사랑은 응원해줘야 마땅하지만...... 마음이 복잡해!! 듣고 싶지 않다! 듣고 싶지 않아! 크윽 나란 녀석은 왜 이렇게 못난 거지!!)
침묵을 견디다 못한 쿠보야스가 어색하게 끼어들었다. 그보다 듣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 있어도 됐잖아. 왜 무덤을 파고 있는 거지. 이런 이런. 이 녀석도 참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슬슬 시간이군.
나는 손가락을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딩-동-댕-동
예비종이다.
"수, 수업 준비를 하자!!!!"
"오오오오!!!!"
"하이로를 뒤따라라!!!!"
"수업 준비를 해라 짜식들아!!!! 필통을 꺼내! 교과서를 꺼내!! 자세를 단정히 하고 선생님을 기다려라!!!!"
"사이키! 넨도!! 자리에 앉아라. 짜샤!!! 떠들지 마! 한마디도 하지 마!! 대답은 선생님의 질문에만 해라!!!!!!"
말 한마디 없이 반 전체의 협력을 얻어내었다. 계획대로군.
넨도는 조금 불만을 토로했지만 예비종이 울렸다면 어쩔 수 없다며 자리로 이동했다. 저 바보가 대체 어떤 바보 같은 생각을 했, 아니. 아무 생각이 없겠군. 바보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했다. 상대는 넨도인데 말이다. 그리고 저 넨도는 자신이 고백하고 대답을 종용한 일도 수업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처럼 라멘이나 먹으러 가자는 소리를 해 대겠지.
(오늘만 잘 버티면 된다..)
(딴생각을 못하도록 엄중하게 수업을 이끌어 가는 거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어! 느껴진다! 지금 우리는 하나다!)
그야말로 하나다. 마음속의 소리가 완벽하게 단합되고 있다. 누군가 마음속의 소리를 중계해 주는 거 같은 단합력이다. 참고로 난 하지 않았다.
그날 2학년 巛반의 수업 집중도는 선생님들조차 움츠러들게 만들 정도였다.
뭐 그렇게 되어서 방과 후다. 넨도 녀석은 역시나 고백 같은 건 까먹었는지 언제나 같은 바보 같은 웃음으로 라멘을 먹으러 가자 하고 있다. 카이도도 언제나처럼 껴있지만, 오늘따라 잔뜩 웅크린 모양새다. 이유야 뻔하지.
"오. 거기 라멘은 맛있다고?"
"네가 맛없어하는 라멘도 있냐?"
"있다면 있지. 가면 뭐 시킬까?"
"나는 시오 라멘."
(우으으. 어색하지만 그래도 내가 없는 곳에서 단둘이 사이가 진행되는 건 좀....... 그치만 친구로서는 피해줘야 하나? 그렇지만 나만 거리가 벌어지는 건.....)
안심해라 카이도. 네가 걱정하는 일 같은 건 벌어지지 않아. 저 바보는 분명 다 잊었을 거라고.
"오. 파트너는?"
난 딱히 라멘을 먹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만.
"틀려, 파트너."
음?
"대답말이야. 대답."
"힉."
힉.
평소와 다름없는 눈에 여전히 생각 따위는 하고 있지 않지만 나와 카이도는 동시에 깨달았다.
이 자식 잊지 않았잖아.
(여여여여ㅕㅕ여여역시 피해줘야 하는 건가???)
틀려. 가지 마라. 카이도. 날 지금 이 녀석과 단둘이 두지 마. 콜라 남작도 분명 다크 리유니온의 일원이 터다. 지켜달라고, 칠흑의 날개.
"대답은?"
자동판매기 같이 같은 단어만 반복하지 마. 눈을 깜빡여. 네 얼굴로 그러면 무섭다고. 콜라 남작이 왜 악역인지 알겠다. 힘내라 사이다맨 2호. 아, 그건 나던가.
"오? 대답은?"
오? 를 섞어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다. 그보다 너는 뭘 먹을 건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파트너!!"
(말을 돌려서 화났어?!)
"당연히 미소 라멘지! 안 그러냐 꼬맹이!"
"오, 오오!!! 그렇지! 미소 라멘이지!!"
"파트너는 뭘 먹을 거야?"
휴우. 지금이라면 뭐든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뭐든지는 안된다고! 메뉴를 정해야 음식이 나오니까 말이야!"
그럼 미소 라멘.
"역시 파트너야! 최고의 선택이라고! 꼬맹이는 시오 같은 걸 먹으니 꼬맹이인 거야."
"뭐, 뭐라고!! 시오 라멘도 맛있다고!"
평소처럼 투닥이는 두 바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런. 평소보다 배는 피곤한걸. 얼른 라멘이나 먹고 돌아가야겠어.
─그러나 그 뒤로도 재난은 계속되었다.
"오. 파트너. 역시 돈코츠 라멘은 맛있지? 그래서 대답은?"
"푸흡!!!!"
"오. 파트너. 숙제 좀 베끼자."
숙제는 스스로 하도록 해. 바보라 무리겠지만.
"그래서 대답은?"
어서 숙제를 가지고 사라져.
"아-하하하하!! 저거 봐! 전학생 녀석 국물을 뒤집어썼어!"
뜨겁겠네. 음. 오늘 국은 맛있군.
"그래서 대답은?"
큰일이야. 화상을 입겠어. 어서 보건실로 가자, 쿠보야스.
"어, 어. 고맙다 사이키."
"어흑! 테루하시 양!"
이건 변함이 없는 거 같군.
"아, 넨도 군. 혹시 전에 교실에서 이야기한 거.... 자세히 알 수 있을까."
(고백이라고 했지? 설마 넨도 군도 사이키를....? 아냐. 설마. 그래도 확실하게 알아두는 게 좋으니까!)
그만둬.
"오. 그러고 보니 대답이 아직이었지. 파트너? 오? 어디 갔지?"
이런 이런. 나도 모르게 옥상으로 텔레포트하고 말았잖아. 넨도 녀석은 둘째치고 테루하시 양은 곤란할지도 모르겠군. 천리안으로 봐볼까.
"대답이라니! 그럼 진심이었던 거야?!"
"어흑! 그, 그야 물론이죠."
(크윽 이렇게 되면....!)
"저기, 오늘도 사이키 군이랑 같이 라멘 먹으러 가? 나도 오늘 저녁은 밖에서 해결해야 해서... 같이 가도 될까?"
"어흑! 물론이죠!"
"정말? 고마워!"
(이렇게 되면 나도 넨도 군만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사이키 군을 뺏겨버려!)
애초에 누구의 것이 된 기억은 없다. 이런 이런. 이 이상 이야기가 복잡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만. 뭐, 내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선 잊은 모양이니 이번엔 넘어갈까.
"어제 다리를 다친 강아지를 구했거든. 그런데 집으로 데려가는 중에 웬 야쿠자 같은 아저씨들을 만났는데 그 강아지가 1년 동안 무슨 실험에 쓰든 동물이라 돌려달라는 거야."
아마 그 야쿠자 같은 아저씨들은 야쿠자 같은 아저씨들이 아니라 그냥 야쿠자겠지.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강아지가 무서워하는 거 같아서 일단 도망쳤는데 말이야~ 그만 다리에서 말이지~"
야쿠자에게 쫓기면서도 잘도 오늘 등교를 했군.
"오. 파트너. 그러고 보니 대답은?"
"거기서 끊지 마!"
"신경 쓰이잖아!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
"오? 뭐였지? 뭐, 잘 됐으니 학교에 왔잖아."
"강아지는 어떻게 된 거냐아아아아!!"
이런 이런. 대답 쪽을 잊어버렸으면 한다만. 참고로 강아지는 내가 억제기를 빼고 1년 전으로 시간을 돌린 후에 무사히 주인에게 돌려줬다.
"오. 파트너! 다음 체육은 유도니까 옷 갈아입고 오래!"
"큭큭. 드디어 나의 오른손의 봉인을 풀 때가 왔나.....!"
"슌. 수업시간에 짝궁 나랑 하자고."
"오. 파트너는 대답은?"
"큭. 아렌과 한다면 봉인은 풀 수 없겠군... 친구를 다치게 해선 안 되니까 말이야...!"
이제 다들 익숙해졌는지 슬슬 무시하고 있군.
"파트너? 대답은?"
그리고 넨도는 점점 질겨지고 있고 말이야. 이런 이런. 끝이 안 보이는군. 재채기를 봐달라고 할 때보단 낫지만 공포마저 느껴지는 집착이다. 그땐 기절시키면 끝날 일이었지만 이건 기절시켜도 끝나지 않겠지. 이런 이런, 정말 귀찮은 녀석이다.
"오? 대답해 주는 거야?"
그래, 좋아. 네가 이겼어.
"아자! 그럼 하자고!"
대답해 주......? 뭘?
─그리고 난 생에 두 번째의 정적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정정하지. 정적이 아니다. 싸구려 개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쭈우우우우~ 하는 소리가 귓가에서 시끄럽게 들리고 있었으니까. 정확하게는 입가인가? 잠깐. 난 왜 이런 걸 정정하며 묘사하고 있는 거지? 넨도의 얼굴이 필요 이상으로 가까운데. 내가 아무리 개그만화 주인공이라지만 첫 키스가 이렇게 개그만화 묘사일 필요가 있, 기다려 봐. 첫 키스? 내? 넨도랑? 음?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뻗어 나가는 손을 겨우 막았다.
참자. 지금 이렇게 머릿속이 난장판인 상태로 사람을 밀치면 밀쳐지는 게 아니라 건드린 살점이 떼어질지도 몰라. 교실에서 피의 축제를 벌일 수는 없다. 천년 같은 수십 초가 지나, 길어!!!! 아무튼, 떨어진 다음 넨도는 아주 만족스러우면서도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헤헤, 파트너가 나도 좋다고 해주다니 꿈같다고. 역시 연인이 되면 키스지!"
A부터 G까지는 어디 가고 H냐.
아니 그보다 누가 좋다고, 는 했지만 그걸 어떻게 하면 사귀자에 대한 YES로 받아들일 수 있지? 역시 이 녀석은 상상을 초월하는 바보......
"까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뜨아아아아악!!!"
"크아아악 눈, 눈이! 눈이!!!!"
이런. 그러고 보니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잊고 있었다. 교실에 전원이 다 있었지.
"시끄럽다!! 그리고 예비종이 울렸는데 왜 아무도 체육관으로 나오질 않아!!"
"마츠자카 선생님! 넨도랑 사이키가!! 키스했어요!!"
닥쳐. 육성으로 그 단어를 내뱉지 마.
"뭐라고!!! 넨도!!!"
그래. 마치자카 선생님. 당신이 교육자로서 이런 건 잘못 돼 있다고 말을 해줘.
"동성연애는 괜찮지만, 불순교재는 용납할 수 없다!!!!! 신성한 학교에서 키스 같은 건 교칙 위반이야!!!"
동성연애는 괜찮은 거냐! 학교 밖은 괜찮은 거냐!
"앗, 미안해 선생님. 파트너랑 키스 할 수 있게 된 게 너무 좋아서 말이야."
"그래도 불순은 안된다.! 손이나 잡고 다녀!"
손은 괜찮은 거냐!
"소소소소ㅗ소손을 잡고 다니다니 너무....그, 그건 너무 하잖아요!"
전부터 궁금했는데, 네 안에서는 손을 잡으면 옷이 찢어지기로 해?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사이키 군이 넨도 군이랑........."
중간부터 마음속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어 타카하시 양.
"으, 으아아아아아!!!"
타카하시가 갑자기 교실 밖으로 튀어 나가려 한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부작용으로 보이는군.
─허나. 그래서는 곤란하다.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려있던 앞문과 뒷문이 닫힌다.
힉, 타카하시는 짧게 숨을 들이켜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파즈즈즈즈 하는 소리와 함께 형광등이 나가고, 커튼이 마찰음을 내며 암막을 친다. 교실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여 바깥의 불온한 바람 소리만이 앞이 보이지 않는 2학년 巛반에 울려퍼졌다. 꼴깍. 누군가의 침을 삼키는 소리와 이게 뭐냐며 불안해하는 목소리만이 사근사근 발밑을 채워갈 때, 나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나나나를 빼 들었다. 2
아무도 이 교실에서 나갈 수 없다. 곤란하니까 말이야.
남은 것은 일방적인 나나나 학살이었다.
1분 안에 이 암흑 속에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2학년 巛반 전원의 머리를 때리는 건 참으로 수월한 일이었다. 저 스릴러 분위기상으로는 코믹스 판의 빠루가 좀 더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청소년도 시청 가능한 도쿄 테레비의 이름으로 용서되지 않았겠지. 나나나는 귀여우니 괜찮다. 아마도.
자, 그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 능력의 단점은 대체 단어가 랜덤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고친 것은 '넨도와 사이키가 '키스'를 했다.' 인데 아무리 '키스'를 고친다고 해도 '넨도와 사이키가 00을 했다.'라는 전체 문장은 바뀌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걸로 바뀌지 않았다면 좋으려만.
"음.....? 다들 뭐하는 거냐. 곧 수업 시간이다. 얼른 옷을 갈아입도록!"
"헉!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됐지? 모두! 서둘러 옷을 갈아입자!!"
"쳇, 체육 같은 거 아무래도 좋지만, 하이로가 저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구만. 헤헷...."
겉으로는 모두가 저렇게 말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이렇다.
(설마 넨도랑 사이키가......교실에서 스모를 할 줄이야.)
(설마 넨도랑 사이키가 그런.... 코딱지 파기 시합을 할 줄이야.)
(설마 넨도랑 사이키가 머리카락 싸움을 할 줄이야.)
음. 다행히도 잘 바뀐 모양이다.
(설마 넨도랑 사이카가 교실에서 (삐---)를 할 줄이야! 꺄악! 아무리 사귀게 됐다 해도...꺄악!!!)
잠깐. 거기 부녀자.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야? 오히려 원본보다 심해졌잖아.
"오. 파트너. 옷 갈아입자고!"
넨도에게 어깨가 잡혀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런 이런. 그녀는 나중에 처리하도록 할까. 일단 수업시간이 가까워진 것도 사실이니 지금 당장 뭘 할 수도 없다. 같은 반이니 아직 기회는 많고 말이야.
"그래도 진짜 넨도랑 사이키가 연애를 하게 될 줄이야."
아차. 아직 그게 있었군.
"오? 무슨 말이야, 전학생. 난 파트너랑 연애 같은 거 안 한다고?"
하?
"앙?"
"에~?! 그치만 사귀자며!"
나이스 질문이다 카이도. 역시 저 바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건지 모르겠다. 읽을 수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지만 내게는 익숙지 않은 감정이야.
"오! 그야 꼬마, 넌 모르겠지만 사귀는 거랑 연애는 다르다고?"
아니 모르는 건 너다. 다르지 않아. 같다. 그 두 가지가 다른 거라고는 글자뿐이야.
"뭔 소리야, 똑같지! 사귀든 연애하든 결혼이라는 골에 도착하는 건 같다고!"
네 사귄다나 연애는 너무 무거워. 바보냐.
"바보냐, 전학생? 연애라는 건 교미 연습이잖아."
미안하게 됐다 쿠보야스. 바보는 이 녀석이었다.
"난 파트너랑 교미 연습하려는 게 아니고 진짜 좋아하니까 사귀고 싶은 거라고! 다른 게 당연하잖아!"
"너 이 자식!"
감동하는 포인트를 알 수가 없다.
"음.... 근데 사이키가 말한 건 진짜 OK란 의미의 좋아였어?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오?! 진짜냐 파트너?! 그럼 난 오해하고 키스 한 거야!?"
"키스라니? 넨도 네가 한 건 박치기였잖아."
"오??"
"박치기보다는 뺨 때리기 아니었어?"
"오오????????"
이런. 이 이상 대화가 진행되는 건 곤란하겠군. 적당히 마무리를 지어야겠어. 이봐 넨도.
"오????"
오늘도 라멘 먹으러 갈 거지?
"오!!! 당연하지! 꼬맹이랑 전학생도 가자고!"
"엑?! 괜찮은 거야? 데이트잖아?"
"많은 쪽이 즐겁잖아."
"너 있지....... 아니, 너랑 사이키가 괜찮다면 우리가 뭐라 할 건 없지만....."
"그럼 다같이 가자고! 아. 파트너껀 내가 사줄게.“
아니 난 됐어. 빚지는 건 싫거든.
”빚이 아냐! 데이트니까 쏘는 게 당연한 거잖아!"
빚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 데이트라면 한 번쯤은 얻어먹어도 되겠지.
이런 이런. 언제나 귀찮은 녀석들이야.